구용서 파워반도체상용화사업단장 인터뷰
“불모지였던 국내 전력반도체 급성장···395억원 매출 올려”
“파운드리·소재 분야 고도화 목표···국산 기술 내재화 중요”
구용서 파워반도체상용화사업단장. /사진=이호길 기자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지금까지 화합물 기반 전력반도체가 소자 중심으로 개발됐다면 이제는 모듈, 집적회로(IC), 원재료가 되는 기판까지 확대해 국산 기술 공급망 내재화가 이뤄져야 한다. 2030년에는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톱3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구용서 파워반도체상용화사업단장(단국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은 전기자동차와 IT 기기 등에서 전력반도체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차세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파워반도체상용화사업단은 국산 전력반도체 개발과 상용화 지원을 목적으로 지난 2017년 출범했다. 1차 사업은 내년 마무리되고,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나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내후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2차 고도화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4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예상한다.
전력반도체는 전력 변환과 제어를 담당하며 전기차와 급속충전 배터리 등에 탑재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합물 기반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9억8000만달러(약 1조2700억원)에서 연평균 48% 성장해 2025년에는 47억1000만달러(약 6조1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화합물 기반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 /자료=트렌드포스, 그래픽=시사저널e
다음은 구 단장과의 일문일답.
-2017년 출범 후 파워반도체상용화사업단 활동 내용을 돌이켜본다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사업은 2017년 본격화됐지만 예타 통과 준비는 2014년부터 시작했는데, 그때 국내 전력반도체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생태계 형성이 미비했고, 제대로 된 공급망도 거의 없었다. 당시는 연구소나 비영리기관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져서 원천 기술 확보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한계가 있었다. 기업체 중심의 상용화 사업을 전개하자는 목표를 갖고 실리콘카바이드(SiC) 중심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상품화에 성공한 제품으로 지금까지 39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년 매출 규모가 5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초 목표 대비 100%가 넘는 성과를 올렸고, 이를 통해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부산에 전력반도체 전용 팹이 구축되는 등 인프라가 형성되고, 연구 활성화가 이뤄진 점이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상품화 대표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
SiC 기반 다이오드와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모스펫·MOSFET)다. 전력반도체 강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다이오드 제품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고, 1200볼트(V)와 1700V 모스펫도 시제품을 넘어서 양산에 성공했다. 현재 수율도 70% 이상으로 안정적이다.
1200V와 1700V 모스펫은 가장 보편적인 제품이고 전기차나 샌재생에너지 쪽에 들어가는 핵심적인 디바이스다. 이 제품들은 전세계적으로 상용화기 이뤄졌고, 트렌치 기술을 이용한 모스펫도 인피니온 등에서 출시됐다. 우리도 플래너 타입 모스펫 개발에 성공했지만 기술을 보완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내후년부터 벌일 2차 사업의 목표는 뭔가
1차 사업을 기반으로 고도화를 도모해야 한다. 불모지였던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화합물 기반 차세대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소자 중심으로 발전시켰지만, 소자만으로는 우리가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 모듈과 기판 쪽에서도 내재화가 이뤄져야 지금까지 개발한 소자의 파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궁극적인 내재화 달성 시점은 사업이 종료되는 2030년을 목표로 잡았다.
-1차 사업은 SiC 중심으로 개발 작업을 벌였다고 했는데,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거론되는 다른 화합물로는 GaN이나 Ga2O3도 있다. 각 소재마다 어떤 장단점이 있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적용되는 애플리케이션에 차이가 있다. SiC는 밴드 갭(에너지 대역 폭)이 넓고 열 전도도가 높아 고전압에 잘 버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송배전, 레일웨이 등에 주로 SiC가 쓰인다.
질화갈륨(GaN)은 SiC와 특성이 비슷한지만, 고온에 취약하다. GaN은 650V 이상에서는 활용이 제한적이어서 현재 100~200V급에서는 모바일 충전기와 라이다 제품에 쓰인다. 향후 650V급에서는 산업용 기기와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장될 여지가 있다.
산화갈륨(Ga2O3)의 최대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소재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낮은 비용으로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열 전도도가 낮단 취약점이 있다. 전기차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SiC를 선호하는 추세지만, 어떤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다를 뿐이지 특정 소재가 우월한 건 아니다. 2차 고도화 사업 때는 다른 소재도 개발할 계획이다.
-사업단과 협업하고 있는 국내 주요 전력반도체 기업은 어디인가
SK에서 인수한 예스파워테크닉스나 파워큐브세미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언디바이스는 SiC 전용 게이트 드라이버 IC를 개발 중이고, 세미파워렉스는 인텔리전트 파워 모듈을 개발했다. 패키징업체로는 제엠제코가 기술적 난도가 높은 패키징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시지트로닉스는 GaN 기반의 100~200V급 소자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화합물 기반 전력반도체는 새로운 파운드리 기술이나 웨이퍼가 필요하지 않나.
사업단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파운드리와 소재 쪽이다. 파운드리는 부산대에 있는 산업부 시설을 활용해 시제품 위주로 생산해왔는데, 양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파운드리 업체로 DB하이텍이 뛰어들면서 전용 팹을 만들기로 했다.
DB하이텍이 국책 사업에 참여해 올해 SiC 전용 팹을 착공한다. 2024년 완공이 목표다. 가동 시점은 2025년쯤으로 예상하는데, 고무적인 건 8인치 팹이란 점이다. 기존 SiC 전력반도체는 6인치 웨이퍼 기반인데, 8인치 파운드리가 양산되면 물량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 크기가 커지는 만큼 수율 관리가 관건이 되겠지만, 파운드리 쪽에서 DB하이텍 가세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한다.
웨이퍼는 전량을 수입하고 있는데, 고도화 사업에서 SiC 기반 8인치 웨이퍼도 내재화하는 게 목표다. SK실트론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 대기업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이다. 소재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대기업이 뛰어들 경우 4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본다.
-전력반도체 강국과 비교하면 국내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전반적으로 선진국 대비 70% 정도다. 화합물 기반 고성능 전력반도체 소자 쪽은 80%까지 따라갔지만, 모듈이나 소재 쪽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격차를 줄이려면 파운드리나 웨이퍼 분야 내재화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기업 온세미가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경기도 부천에 연구소와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국내 전력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온세미가 생산량을 웨이퍼 기준 월 1만장에서 2만장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부천에 제조시설을 짓기로 한 것 같다.
전기차나 충전 스테이션 인프라가 확장될 수 있을 텐데, SiC 기반 전력반도체가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국내 소부장 활성화 계기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들어오면 국내 전력반도체 시장이 생각보다 더 빨리 열리게 된다. 현대자동차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데, 참여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전력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인력 양성이 중요할 것 같다. 정부에서 앞으로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키우겠다며 인력 양성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인재 양성 정책은 지금까지 업계에서 내놓은 주장을 잘 집대성했다고 본다. 지방대의 반발도 있고 어떻게 구체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지켜봐야겠지만,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 수준의 인력 양성은 가능할 것 같다.
사실 학부생의 인력양성만큼 석사급 이상의 대학원생 양성 방안도 중요하다. 팹리스업체는 설계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절대적으로 석사 이상을 원한다. 반도체 분야 대학원생을 모집하려면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중소대학에 편성되는 예산을 늘리고 대학원생을 가르치는 대학 수를 늘려 전반적인 대학원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처 : 시사저널e - 온라인 저널리즘의 미래(http://www.sisajourn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