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제4회 파워반도체-파워코리아 포럼’ 개최
구용서 파워반도체상용화사업단장(단국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이 23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제4회 파워반도체-파워코리아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호길 기자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2가지다. 첫번째는 외국에서 말하는 ‘빨리빨리’ 문화, 두 번째는 비영리기관 중심이 아니라 기업체 중심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기업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기술 상용화가 이뤄지고 매출을 올리는 일이 중요하다”
구용서 파워반도체상용화사업단장(단국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은 23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제4회 파워반도체-파워코리아 포럼’에서 기업을 중심축으로 한 전력반도체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구 단장은 “2017년에 제로 단계에서 시작한 전력반도체 상용화 사업이 작년에 약 39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며 “정부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참가한 기업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력반도체는 전자기기에서 전력 변환과 변압, 분배, 제어를 담당하는 부품이다.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 등 차세대 기술과 전기차와 태양광 인버터 등 신재생 산업에 필수적으로 적용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력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468억달러(약 55조6600억원)에서 오는 2023년에 532억달러(약 63조28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산학연 관계자들은 신소재를 활용한 전력반도체 개발에 대해 집로 논의했다. 실리콘을 활용한 기존 전력반도체는 기술 성숙기에 접어들어 미국과 독일 등 해외 업체에서 양산이 이뤄지고 있다. 전력반도체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은 시장 형성 초기 단계인 차세대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게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단 판단이다.
신소재 전력반도체는 화합물 기반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산화갈륨(Ga₂O₃) 등 3가지로 구분된다. SiC는 실리콘보다 내구성이 10배 높고, 전력 손실도 30% 적어 전기차와 태양광 인버터 등에 활용된다. GaN은 소형화가 가능해 고속 무선 충전 장치나 무선주파수(RF) 통신에 사용할 수 있다.
김진섭 KEIT 시스템반도체 PD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SiC 기술 개발을 계속해왔다. 1200볼트(V) 고전압으로 전기차 관련 내용과 태양열 인버터에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GaN 소자와 관련해 “2017년부터 지금까지는 제품화에 포커스를 맞췄고, 내년부터는 400V 이하 소자에 집적화가 시작된다. 이를 기반으로 소형 IT 기기나 충전기에 활용될 수 있도록 고신뢰성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이 23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제4회 파워반도체-파워코리아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호길 기자
문정현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력반도체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SiC 장점과 기술 동향에 대해 “고전압 구현에 수월하다. 900V 이상 시장에서 더 커질 수 있으며 8인치 웨이퍼가 채용되면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SiC 전력반도체 소자 공정과 관련해 플래너 공정(Planer FET)과 트렌치 공정(Trench FET)을 언급하며 “대부분의 단위공정 기술은 실리콘 공정기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만, 일부 단위공정 기술은 실리콘과 SiC의 물성이 달라서 수정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트렌치 공정은 플래너 공정보다 집적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Ga₂O₃는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기술은 아니지만, 잠재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이를 위해 KEIT는 내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32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해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술 개발과 핵심 제조공정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김 PD는 “Ga₂O₃는 상용품이 없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전기차를 타겟팅한 제품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유승 세종대 지능기전공학부 교수는 “Ga₂O₃는 아직까지 기초연구 단계로 개발은 시기상조이지만, 차세대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지금은 6인치 프로토타입(시제품)만 있으나 더 큰 사이즈가 나오면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큰 장점은 생산성과 효율이 높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전력반도체의 여러 부문에서 기능의 다양성과 수요의 복잡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우리가 어떤 식의 전략을 짜야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산학연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정부는 적극적인 도움과 국제관계를 풀어주는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 시사저널e - 온라인 저널리즘의 미래(http://www.sisajourn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