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칩으로 주목받는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의 정전기 방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SiC는 고온과 고압에서 기존 실리콘보다 잘 견디는 장점이 있지만 정전기 손상에 취약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혀왔다. 이번 개발로 SiC 칩의 단점을 대폭 개선해 응용 분야를 넓힐 수 있게 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용서 단국대 교수 연구팀은 SiC 기반 전계효과트랜지스터(모스펫), 사이리스터(SCR) 구조의 새로운 정전기 방전(ESD) 보호 소자를 세계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창출형 파워반도체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SiC는 차세대전력 반도체소재다.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칩보다 밴드갭이 3배가량 넓은 3.4eV의 광대역밴드갭(WBG)을 가지고 있다. 고온, 고전력, 고전압, 강한 방사 조건 등 극한 환경에서 칩 구동이 안정적이다. 기존 칩보다 크기를 최대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하지만 SiC 칩은 물리적 특성상 정전기로 인한 칩 손상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ESD는 반도체 설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항목이다. ESD 현상이 지속되면 높은 전류 밀도를 갖는 칩이 충격을 받아 열 폭주와 칩 기능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용으로 쓰이는 실리콘 기반 칩은 ESD 보호를 위한 연구가 상당히 진전됐다. 그러나 SiC 기반의 ESD 보호 기술은 기술적 난도로 발전이 미진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구 교수 연구팀은 모스펫과 SCR의 구조적 개선과 새로운 반도체 설계 기법으로 SiC 특성은 유지하면서 ESD 손상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의 일부는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저널에 게재됐다. 향후 SiC 기반 집적회로(IC) 기술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 결과라는 평가다.
구 교수는 “SiC 기반 ESD 보호소자의 안전동작영역(SOA)이 확보되면서 적용 분야는 매우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전기차,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 우주항공, 심층 시추 등에서 응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