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의 2030년 글로벌 종합 1위 목표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가 1조원의 예산을 투입, 시스템 반도체 수요를 직접 발굴하고 연구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난 가운데 9월까지 사업추진단이 구성된다.
그러나 이같은 야심찬 계획에도 업계의 불안은 여전하다. 반도체는 물론 IT융합 첨단 산업의 고질적 문제로 여겨지는 인력 부족 때문이다. 특히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집중 양성 대상으로 거론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계가 심각하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반도체연구조합이 개최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 총괄 워크숍'에서 이같은 지적이 쏟아졌다. 이병인 한중시스템반도체협력연구원장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은 우리 수준을 뛰어넘지 않았나 한다. 중국의 팹리스들이 1천800개로 이미 우리의 10배 이상"이라고 위기감을 전했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로 구분된다. 메모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 2위로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텔, 퀄컴 등이 포진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사정이 다르다. 파운드리(수탁생산)은 삼성전자가 2위지만 팹리스에선 세계 시장 점유율 3%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 반열을 목표로 정부 차원의 '제조 2025'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반도체는 그 핵심 분야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중국 업체들이 메모리 양산을 확대하는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기술력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게 이병인 원장의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력 부족'이란 족쇄가 어느 때보다 기업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단국대 전기공학부 구용서 교수는 "전자공학, 반도체 등 전공자들이 연간 900명가량 배출되지만 글로벌 양대 기업의 니즈의 60%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요와 공급이 현져히 미스매치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팹리스 업체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은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생산 분야의 글로벌 업체들에 비하면 대부분 중소기업들이기 때문이다.
텔레칩스 이장규 대표는 "대졸 연봉을 4천500만원 수준으로, 산학 장학생에 대한 지원금을 대기업 이상으로 책정해도 구직자들에게 회사가 존재감이 없다"며 "있는 사람도 (대기업으로) 나갈 판인데 (신입사원이) 안 온다"고 털어놓았다.
이 대표는 "미국이나 중국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가 기술, 인력이 필요할 때 한꺼번에 고용하거나, 필요할 때 즉시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한국이 이 지점에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 김영식 포토기술 담당 상무는 "자금 측면에선 정부도 예전보다 많이 지원하고 있지만 인력 문제만큼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승원 파운드리 기획팀장은 "중소기업, 스타트업 업체들에 대한 육성이 필요한데 국내에서 아직도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M&A 시선이 곱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용서 교수는 "반도체 분야의 인력양성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인력유출도 심각한 문제"라며 "(이직자들의 직업선택 자유 측면도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막기보다 M&A 활성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