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격차 실현…無에서 有 창조
TSMC 보란듯 세계 첫 GAA 기술 접목
전문가 "장기적으로 주가반등 모멘텀
경기회복·수율·고객사 확보 등 관건"
삼성전자가 본격 '3나노 반도체 시대'를 열면서 파운드리 1위 대만의 TSMC를 기술적으로 한발 앞서나가게 됐다. 기존 공정 보다 전력은 45% 절감되고 성능은 25% 올라가는 3나노는 획기적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삼성이 이번에 세계 최초로 접목해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반도체 전문가들은 6만전자를 다시 9만전자로 올려놔 줄 열쇠가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초격차'의 완성과 '4차산업혁명' 본격화를 단서로 달았다. 3나노 반도체 수율을 5나노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파운드리 세계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 경기 위축 국면의 글로벌 경제가 자율주행과 AI 중심의 첨단산업 트렌드로 얼마나 빠르게 진입하느냐가 반등 모멘텀이라는 분석이다.
25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3나노 공법의 반도체 첫 출하에 성공한 건 초도양산에 돌입한 지난달 30일 이후 25일 만이다. 경계현 사장은 이날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가진 출하식에서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 양산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을 그었다"면서 "핀펫 트랜지스터가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새로운 대안이 될 GAA 기술의 조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아직 핀펫 기술로 3나노 공정에 도전하고 있는 TSMC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이를 통해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이 45% 줄고 성능은 23% 개선, 면적은 16% 줄였다. 이후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면적은 35%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연구위원은 "TSMC보다 훨씬 늦게 파운드리사업에 뛰어든 삼성이 앞선 공정의 기술 양산에 성공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강 연구위원은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 기존 TSMC 고객들이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삼성의 3나노를 발주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도 TSMC가 제품 단가를 올리려 하고 있지 않느냐, 견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강 연구위원은 "앞선 기술력의 칩셋이 일단 상품화가 되면 확산속도가 빨라진다"면서 "3나노를 통해 파운드리시장을 리드해 나갈 무기를 갖게 된 게 맞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분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어렵겠지만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TSMC와 맞서기 위한 결단이 될 수 있다는 식이다. 다만 이날 역사적 3나노 출하식을 가졌어도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33% 하락한 6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간 삼성전자는 14조원이 넘는 분기 실적을 이어오고 있음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주당 9만원대를 호가하던 주가는 5만원대로 주저앉았다가 최근 6만원대를 간신히 회복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을 이끌 모멘텀으로 삼성이 아니면 못 만들 정도의 기술력 '초격차'가 실현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강 연구위원은 "주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산업 측면에서 본다면 결국 해외 투자자들도 중국의 굴기와 '칩4' 동맹 등 굵직한 방향성을 보고 있을 것"이라면서 "삼성이 3나노를 먼저 개발했어도 경쟁국가 유망업체들이 못 쫓아올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일 것"이라고 전했다. 강 연구위원은 "결국 삼성의 3나노 반도체 수율이 약 5나노, 7나노 수준까지 개선되는 시점이 온다면 고객사를 모으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삼성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른다면 소위 GAA가 '게임 체인저'라 불리면서 해외 투자자들도 주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분기 기준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3.6%를 차지했다. 2위 삼성은 16.3%에 그쳤다. 또 다른 반등 요소는 불확실성에 빠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방향성이다. 강 연구위원은 "과거엔 3~4년에 한 번씩 공급과 수요가 맞아 떨어지는 초호황기, 소위 '슈퍼 사이클'이라는 게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정책이 급격한 경기 부양과 긴축에 들어가면서 틀이 다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팬데믹에 따른 도시봉쇄로 발생하는 공급망 문제까지, 흐름을 읽을 수 없는 게 문제"라며 "반도체로 도배되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금방 올 것처럼 예측됐지만 속도 조절 중인 것처럼, 4차산업혁명 트렌드가 언제 또 갑작스럽게 도래할지 그림이 보이는 시점엔 주가도 오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구용서 단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도입해 3나노를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면서 "3나노 반도체 시장 자체 크기는 오히려 7나노 아래 공정의 반도체 시장보다 작지만 가장 뛰어난 기술이라는 걸 어필해 나간다면 TSMC보다 고객사 확보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 교수는 "5나노 때도 수율 문제로 고전했다. 얼마나 빨리 안정화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수율을 못 맞추면 결국 납기 내 공급을 못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고객사 확보에도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asiatoday.co.kr
출처: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20725010014751